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우정을 상징하는 옛 소련 시절 동상이 26일 키이우에서 철거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
우크라이나가 26일(현지시각) 키이우에 설치된 러시아와의 우호를 상징하는 대형 기념물을 철거했다.
키이우 시당국은 이날 우크라이나 노동자와 러시아 노동자가 함께 옛 ‘소비에트 우정 훈장’을 함께 들고 있는 8미터 규모의 동상을 끌어내렸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 동상은 1982년 소련 창설 60돌을 기념해 세워진 것으로,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우호를 상징해왔다.
키이우 시장 비탈리 클리치코는 “우리는 지금 이 우정이라는 것이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파괴하고 평화로운 몇만 명을 살해하는 현장을 보고 있다”며 “그런 기념물은 이제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철거작업은 작업자들이 동상의 머리 부분을 해체한 뒤 남은 부분을 크레인으로 들어내며 끝났다. 철거 작업 동안 현장 주변에 모여있던 100여명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일부 시민들은 잘려나간 동상의 머리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민 세르히 미르호로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는데, 러시아와 친구가 될 수 있느냐. 러시아는 최악의 우리 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우정 기념물이 가당키나 하냐”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몇천명이 죽거나 다쳤고 많은 도시가 파괴됐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 500만명 이상이 집을 떠나 외국으로 도피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우크라이나를 파시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별 작전”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키이우 시당국은 동상 위를 지나는 아치 조형물인 ‘인민 우정의 아치’는 보존하기로 했지만 이름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의 아치’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