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반정부 인사 오스만 카발라가 25일 이스탄불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터키의 반정부 인사인 오스만 카발라가 2013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 정부와 인권단체는 “정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이스탄불 법원은 25일(현지시각) 카발리(64)가 2013년 반정부 시위에서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가중처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건축가 무셀라 야피시(71) 등 7명에게 이를 방조한 혐의로 각각 18년형을 선고했다. 가중처벌 종신형은 터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고 사형제를 대체해 도입한 제도로 가석방이 거의 불가능하다.
카발라를 비롯한 이들은 2013년 정부가 쇼핑센터 건립을 위해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 광장 주변 게지 공원의 나무를 뽑아내려 하자 반대 시위에 나섰다. 시위는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서 당시 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커지면서, 시위대와 경찰을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검찰은 2017년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카발라를 구속기소했으나, 2020년 2월 이스탄불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그는 석방되자마자 2016년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추가되어 다시 체포된 뒤 기소됐다. 이스탄불 법원은 다시 열린 이번 재판에서 2016년 쿠데타 연루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013년 정부 전복를 기도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과거와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
독일 외교부 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는 이에 대해 “터키가 스스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헌법적 기준과 국제 의무와 충돌한다”며 “유럽인권법정이 요구한 대로 오스만 카발라를 즉각 석방하라”고 반발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법원의 판결은 어떤 논리에도 들어맞지 않는다”며 “정의를 크게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터키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의원 오즈구르 오젤은 사법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중을 살핀 판결이라며 여기에 오늘 정의는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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