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에 의해 함락 직전인 마리우폴에서 16일 전투로 희생된 주민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러시아는 17일 마리우폴 도심이 완전히 점령됐다며,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항복을 요구했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주요 요충지인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을 완전히 점령했다며, 마리우폴에 남은 우크라이나 병력이 항복하지 않으면 사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도 미사일 공격 및 폭격을 가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각) “마리우폴의 전체 도심 지역이 완전히 소탕됐다”며 “우크라이나 잔여 병력은 현재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철강공장 지역에 완전히 봉쇄됐다”며 “목숨을 구할 유일한 기회는 자발적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마리우폴 우크라이나 병력에 모스크바 시각으로 1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한국 시각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까지 무기를 내려놓으면,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항복하면 제네바협정에 따라 포로로 대우받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런 항복 제안은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 병력에 30분마다 방송되고 있으며,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부의 허가에 구애받지 말고 자발적으로 결정하라고 위협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군의 점령 지역에 있는 언론인들이 우크라이나 병력들이 지하 터널과 벙커를 파서 항전하던 철강공장 지역 중 한 곳에 접근했는데, 방어 병력이 남아있는 흔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마리우폴시의 관리들은 러시아가 18일부터 마리우폴에 대한 접근을 봉쇄할 것이라고 말해, 인도적 재앙 사태가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금까지 마리우폴에서 16만8천명을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십자 등 구호단체들은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소개 노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이 서로에게 책임을 물으며 번번이 깨져왔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뉴스포털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 있는) 우리 군대, 우리 사람들을 없앤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어떠한 협상도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를 극도로 미워하는 부대들이 있고, 나는 러시아가 그들을 살려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한 이유로 내세우는 ’탈나치화’의 대상인 극우 민병대로 구성된 ‘아조우 부대’가 위기에 빠졌음을 시사했다. 아조우 부대는 우크라이나 해병대와 함께 마리우폴 방어전의 주력 부대이다.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마리우폴의 해방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병사 1464명이 이미 항복했다”며 “4월16일 현재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 병력 사상자는 4천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병력이 입은 실질적인 손실에 대한 신뢰할만한 자료를 갖고 있다”며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2만3367명에 달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까지 2500~3000명의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전사했고 러시아 병사는 2만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를 벌여왔던 곳이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했던 크림반도와 러시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점령한 돈바스 지역 일부가 연결되게 된다. 러시아로서는 흑해 연안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지역을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러시아의 마리우폴 완전 점령이 확인되면 마리우폴은 전쟁 시작 뒤 처음으로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다.
러시아군은 1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탱크 수리 공장을 폭격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키이우 남동부 다르니츠키 지역에서서도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고, 다르니츠키시 시장은 최소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폴란드와 접경한 서부 르비우에도 벨라루스에서 이륙한 러시아군 폭격기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 침몰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군은 지난 14일 모스크바(배수량 1만1500t)가 “화재로 선체가 손상된 상태에서 항구로 인양되던 도중에 파도가 심해 안정성을 잃어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는 2차대전 후 작전 중 침몰한 러시아 군함 중 가장 큰 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발사한 “대함 미사일인 ‘넵튠’이 모스크바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5일 러시아군은 키이우 주변 군수공장을 순항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공격한 군수공장은 넵튠 미사일을 생산한 공장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군에게 점령됐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민간인 주검 900구 이상이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경찰이 밝혔다. 안드리이 네비토우 키이우주 경찰청장은 15일 “러시아군이 철수한 지역에서 900구가 넘는 민간인 주검이 발견됐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