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13일 키이우를 방문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왼쪽부터)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에길스 레비츠 라트비아 대통령,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는 유럽국가들을 향해 “다른 사람의 피로 돈을 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영국의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헝가리를 지목하며 이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금수조치를 막고 있다며 그로 인해 러시아가 올해 3260억 달러(401조원)를 벌어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친구들과 파트너들은 지금은 다른 시기이고 더는 사업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며 이렇게 밝혔다.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지하고 있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행동을 주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독일의 이런 행동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러시아 에너지 사업에 대한 제재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에 충분한 속도로 무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추가적인 무기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몇몇 유럽 국가들이 우리를 도우려고 하고 있고 또 돕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더 빨리 무기를 갖길 원한다. 핵심 낱말은 지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로 공격 방향을 돌리면서 마리우폴 등에서 수만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수만 명이 죽고 또 많은 사람이 실종됐다는 정보가 있다. 그들의 서류가 대체되고 러시아 여권이 그들에게 주어지고, 그들은 러시아 땅 깊은 곳으로, 어떤 이들은 수용소로 또 어떤 이들은 다른 도시로 끌려갔다는 걸 우리는 안다”고 말했다. 그는 마리우폴의 건물 95%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대해 러시아군이 마리우폴과 부차, 보로디얀카에서 저지른 잔학한 범죄 때문에 타결 가능성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차에서의 만행으로 협상 가능성이 닫히고 있다. 그건 내가 아니라 러시아 때문이다. 그들은 나와 대화할 더 많은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의 가장 강력한 부대가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지만 그들도 죽을 것”이라며 “그들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왜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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