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 프랑스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로 러시아에 직격탄을 날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거리를 둔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프랑스2> 텔레비전에 출연해 과격한 용어 사용은 전쟁 종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잔인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러시아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명확하며 그래서 이제 책임자를 찾아내 정의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동시에 나는 사실을 직시하고 가능한 한 이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과격한 용어 사용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형제 같은 사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제노사이드라는 용어의 사용에는 “신중한”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군이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고 맹비난한 것과 다른 태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오와를 방문한 자리에서 “푸틴이 바로 우크라이나인이라는 관념조차 없애버리려고 한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형제 같은 사이”라고 한 것에 대해 “그런 신화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때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더는 형제관계에 대해 말할 도덕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규정에 대해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진정한 지도자의 참된 표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