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오른쪽)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지난해 10월 27일 런던에 있는 양조장을 방문해 잔을 부딪히고 있다. 사진기자단 AF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방역기간에 파티에 참석한 이른바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벌금을 납부했다. 이를 계기로 존슨 총리의 사임 요구가 다시 분출하는 등 파티 게이트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존슨 총리는 12일(현지시각) “나는 벌금을 냈으며 이 일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에서 총리가 재임 중 법규를 위반해 벌금 등 제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느낄 분노를 이해한다. 내가 이끄는 정부가 공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규칙을 나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더 잘하길 기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6월 총리 관저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등 여러 차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고 여러 사람이 모인 파티에 참석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존슨 총리와 함께 벌금을 부과받은 부인 캐리 존슨, 재무장관 리시 수낙도 벌금을 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런던 경찰청은 총리 관저와 다른 정부 건물 등에서 열린 10여 건의 파티 등을 조사해 적어도 50명에게 방역지침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누가 벌금 납부 통보를 받았고 존슨 총리를 포함한 이들의 벌금 액수는 얼마인지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경찰은 대체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한 사람에게 위반 정도에 따라 60파운드(9만5천원)에서 1만 파운드(1597만원) 사이의 벌금을 매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형은 전과 기록에 남진 않는다.
야당인 노동당과 일부 집권 보수당 의원들은 존슨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와 수낙 장관이 법을 어기고 영국 공중에 거짓말을 거듭했다”며 “보수당은 전체적으로 정부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 영국은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를 위한 코로나19 희생자 가족’도 “우리가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는데 총리가 파티를 하고 스스로 만든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믿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존슨 총리의 사퇴를 주장했다.
현재 영국에선 파티게이트와 관련해 존슨 총리 등이 주최했거나 참석한 파티 16건에 대해 수 그레이 선임공무원이 조사를 벌였으며, 이 중 10여건에 대해선 경찰 조사도 진행됐다. 수 그레이 선임공무원은 지난 1월 일부 행사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내어, 정부의 규칙을 지키는 데 “심각하게 실패했고”, 파티에서 보여준 일부 행동은 공중에게 일상의 엄격한 제한을 요구하는 상황에 비춰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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