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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일으킨 전쟁, 징집 피해 국경을 넘는 우크라이나인들

등록 2022-04-11 09:27수정 2022-04-11 11:01

국경경비 허술한 몰도바 쪽으로 많이 몰려
“도망친 것은 사실”…일부는 죄책감 토로
우크라이나군이 10일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에서 떼어낸 기관총을 들고 있다. 모티진/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10일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에서 떼어낸 기관총을 들고 있다. 모티진/로이터 연합뉴스
20대 우크라이나 남성인 보바 클레버는 키이우에서 성공한 패션 사진작가였다. 그는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직후 몰래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탈출했다. 그는 “폭력은 나하고 안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가 궁지에 몰렸다. 친구가 ‘신의를 저버리고’ 이 사실을 공개하자, 우크라이나인 사이에서 비난이 봇물 터진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는 “너는 이미 죽은 목숨”, “지구 끝까지 널 찾아내겠다” 등 위협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고국을 지키겠다며 자원 입국해 총을 드는 이들도 있지만, 징집을 피해 외국으로 도피하는 이들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해외로 도피한 징집 연령의 우크라이나 남자들이 수천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18살~60살 사이 자국민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다. 그렇지만 헝가리·폴란드 등 우크라이나 인근 나라에는 이들의 불법 월경을 돕는 범죄조직이 번성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서부지역과 1200㎞ 남짓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는 국경 경비가 허술해 징집을 피하려는 우크라이나 남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몰도바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지자 며칠이 안 되어 텔레그램 등에 징집을 피하려는 우크라이나 남자들을 겨냥한 차량 제공 등의 광고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불법 월경은 대체로 밀수조직과 우크라이나 남자가 한밤에 경계가 허술한 국경 근처의 약속 장소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몰도바 당국자는 “1건당 최대 1만5천달러(1843만원)까지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몰도바 국경 당국은 지금까지 불법 월경을 도운 밀수조직 20개를 적발하고 우크라이나 남자 1091명을 체포했다. 불법 월경한 우크라이나 남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제공된다. 귀국을 원하면 돌려보내고, 난민 신청을 하면 이것도 받아들여진다. 지금까지 100명 미만이 귀국을 선택했고, 나머지 1천명 정도가 난민 신청을 해 몰도바에 남았다. 몰도바에 합법적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 남자도 2000명 남짓 된다고 몰도바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자 볼로디미르 다누리프는 이렇게 몰도바에 난민 신청을 해 머무는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러시아 사람과 결혼한 형제가 있고, 조카 두 명이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에 와 있다”며 “내가 어떻게 러시아군에 총을 겨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국을 등진 이들 중에는 남모를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다. 성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볼로디미르는 우크라이나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전쟁이 나자 폴란드로 피신했다. 그는 “나는 이제 46살이고 시력이 안 좋아 안경도 쓰고 전투에는 안 맞는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전쟁에서 도망친 것은 사실이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다. 죄를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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