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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젤렌스키 “러 탱크, 재미로 민간인 짓뭉개”…유엔서 학살 잔혹성 고발

등록 2022-04-07 07:21수정 2022-04-07 08:52

우크라 대통령, 유엔 안보리 연설

17분 간 러 의도적 학살참상 알리며
“유엔 문 닫을 건가, 당장 행동해야”
우크라 “러 정부 승인 아래 학살”
러 병사들 범죄 고백한 통화기록도 확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국가를 위해 기여한 이들을 찾아내 의도적으로 살해했습니다. 그들은 어른과 아이 등 전 가족을 죽였습니다. (중략)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되고, 길거리에서 차에 타고 있다가 재미로 탱크로 짓뭉개진 이는 누구입니까. 팔다리가 잘리고, 목이 베이고, 자기 아이들 앞에서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이들은 누구입니까.”

5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키이우 주변 도시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설명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군 채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어로 17분에 걸친 연설을 이어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의도적으로’였다.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를 파괴했고, ‘의도적으로’ 도시를 봉쇄했으며, ‘의도적으로’ 시민들에게 총을 쓰고, 민간인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를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세계는 러시아가 부차에서 한 일을 보고 있지만 다른 피점령 도시와 지역에서 그들이 한 일은 아직 못 봤다”며 “41일 동안 점령돼 있었던 부차에서 발생한 학살은 단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참극을 자세히 소개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한 것은 유엔의 즉각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당신들은 유엔의 문을 닫을 참이냐”며 “아니라고 답하려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비난의 당사자인 러시아를 겨냥해 “우린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꿔놓은 국가를 상대하고 있다”며, 상임이사국 지위를 면죄부를 받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러시아를 안보리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대전 직후 독일 전범들에게 책임을 물었듯 학살 실행자와 명령자를 즉각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연설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이르핀 등지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모습을 담은 90초짜리 영상을 보여줬다. 신체 일부가 밖으로 드러난 주검들, 얕게 매장된 이들, 불에 탄 채 거리에 방치된 주검들, 손이 등 뒤로 묶인 희생자들 모습이 안보리 회의장의 대형 화면으로 방영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집단학살이 “러시아 정부의 허가 아래 이뤄진 것”이라 보고 있다. 2019~2020년 국방장관을 지낸 안드리 자호로드뉴크(45)는 6일치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대량학살은 3월 초 일제히 시작됐다면서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학살이 실행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량학살이 시작된 시기는 러시아군이 키이우·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함락시키기 위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고전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전황이 답보 상태에 이르자,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닦달하며 협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자호로드뉴크 전 장관은 나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의 병사들이 국내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잔혹 행위를 털어놓은 통화 기록을 도청을 통해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료는 이후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입증하는 주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부차 등에서 “단 한명의 지역 주민도 폭력을 겪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주검 사진들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한 “순전한 조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 역시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의 영상과 기사는 아주 끔찍하다”면서도 “사건의 전후 상황과 정확한 사건의 원인에 대한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 성급하게 비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베이징/이본영 최현준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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