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남편과 조카를 잃은 주민을 이웃 주민이 위로하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이 나온 이후 이에 항의해 독일, 프랑스, 리투아니아 등 유럽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 외교관 40명을 “기피 인물”로 지목했다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부 장관이 4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이들 외교관의 추방을 의미한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러시아대사관의 많은 구성원이 여기 독일에서 날마다 우리의 자유와 우리 사회의 단결을 해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외교부는 세르게이 네나예브 러시아 대사를 불러 이번 외교관 추방 결정을 통보했으며 ‘기피 인물’로 지목된 이들 외교관은 닷새 안에 독일을 떠나야 한다고 베어보크 장관이 밝혔다. 이번에 추방되는 외교관은 주로 러시아 정보부 소속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독일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잔혹하게 민간인을 집단학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나온 것이다. 베어보크 장관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 지도부의 믿을 수 없는 잔혹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이와 비슷한 잔혹성을 보여주는 영상이 부차 이외의 다른 점령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유와 인간성의 힘으로 이런 비인간적 행위에 맞서야 한다”며 “그렇게 해, 우리가 우리의 자유를 위해 일어서서 싸우고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도 분명해질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마리아 자카로바는 “독일 정치권의 악의적인 행동”에 보복 조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양자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외교관 지위를 갖고 있는 러시아대사관 직원들이 프랑스 안보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며 이들의 추방을 결정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번에 추방되는 러시아 외교관이 3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대사를 추방하고 모스크바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또 항구도시 클아이페다에 설치된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했다. 리투아니아의 외교장관 가브리엘리우스 란츠베르기스는 이번 조처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알렸으며 다른 회원국들도 같은 조처를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란츠베르기스 장관은 “러시아 점령군의 잔혹성은 문명사회의 규범을 넘어섰다”며 “부차에서 드러난 일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다른 도시들이 해방되면 더 많은 끔찍한 전쟁범죄를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