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0일 중국 안후이성 툰시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기념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갈무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대면 회담을 진행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해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체제를 무너뜨리고, 중·러가 국제 질서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하는 다극 체제로 이행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30일 누리집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이 중국 안후이성 툰시에서 왕 부장과 회담하는 사진과 이날 회담의 모두 발언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국제 관계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지나고 있다. 나는 이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가 더 분명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중국 그리고 우리와 뜻이 같은 국민들과 함께 더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 체제’로 이동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일극 체제’를 깨뜨릴 기회로 파악하고 있는 러시아의 전략적 관점을 숨김 없이 드러낸 셈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후 별도 자료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 강화하고 국제 문제들에서 일치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앞으로도 양자와 다자 틀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두 나라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취한 일방적이고 적법하지 않은 제재의 비생산적 특성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를 돕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대러 경제 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런 가운데 두 나라의 외교장관이 만나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회담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적시에 발표할 것이니 주시해달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회담 내용으로 공개한 ‘중·러 협력 확대 합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중-러 협력에는 상한선이 없고, 우리가 평화를 쟁취하려 하는 것에도 상한선이 없다. 안보를 지키는데도 상한선이 없으며, 패권에 반대하는 것에도 상한선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에둘러 반대의 뜻을 비추면서도, 서구가 쏟아낸 대러 경제 제재 등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31일까지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주변국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중국을 방문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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