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니트 파세치니크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반. 타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러시아가 독립을 승인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국가 수반 레오니트 파세치니크가 27일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 연방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에이피>(AP) 통신과 <타스> 통신 등은 이날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수반이 “조만간 유권자들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해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합병한 직후 친러 세력이 많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선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봉기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9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내전’의 시작이었다. 러시아는 지난달 21일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의 분리주의 세력이 선포한 ‘자칭 국가’들의 독립을 승인한 뒤, 사흘 뒤인 24일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진행한 정전 협상에서 2014년 결행한 크림반도 합병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 승인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포기 등 러시아가 내세워 온 ‘중립화’ 요구에 대해선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영토 문제에선 타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꺾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흡수할 때도 주민투표를 통해 보여준 지역민들의 ‘자발적 요구’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합병 작업을 단숨에 마무리 한 바 있다. 실제, 크림반도의 자치공화국 의회는 2014년 3월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16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96.7%의 찬성으로 러시아로 합병을 결정했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틀 뒤인 18일 ‘크림 합병 조약’을 체결해 이 지역을 러시아의 영토로 흡수했다.
러시아는 일단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옛 소련에 속해 있던 독립국가연합(CIS) 문제를 다루는 러시아 하원 위원회의 레오니트 칼리시니코프 위원장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