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국방장관이 2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석회의(2+2회의)를 열고 있다. 테이블에 등을 대고 선 이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다. 맞는편에서 미소 짓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쿨레바 장관 트위터 갈무리
폴란드가 보유하고 있는 미그-29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미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우크라이나가 주장했다. 이 발언대로 폴란드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면 전쟁 양상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26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전한 서면 응답에서 “워싱턴이 항공기의 이전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현재 공은 폴란드 쪽에 있다. 폴란드 동료들과 대화해 이 문제를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쿨레바 장관의 이 발언이 폴란드에서 이날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회의)가 끝난 직후에 나왔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이날 따로 자료를 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2+2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이날 모인 이들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영토를 지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한발 더 나간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교부는 지난 8일 성명을 내어 “자국 공군이 보유한 미그-29 전투기 28대를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기지에 넘겨 미군의 처분에 맡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가 이런 방침을 밝힌 것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러시아군의 제공권 장악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등에 우크라이나를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 요구에 대해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 직접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고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우크라이나는 대안으로 조종사들이 따로 훈련을 받지 않고 바로 몰 수 있는 미그기 지원을 요청해왔다. 폴란드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지원 의사를 밝히자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중전력 지원을 전쟁 개입으로 간주하고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지원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제공권 다툼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전쟁이 우크라이나 밖으로 확전될 수 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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