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 30개 회원국과 나토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중립화’를 매개로 러시아와 정전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정작 나토는 어떤 입장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우크라이나 기자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게 “만약 (2008년) 부쿠레슈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초대를 받았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크라이나가 그때 나토에 가입했다면, 러시아가 지금처럼 침공하진 못했을 것이란 취지의 질문이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리가 부쿠레슈티에서 분명히 한 것은 모든 나라가 자기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자 하는지를 결정하고 그다음 회원국 30개국이 회원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놓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 기자가 거론한 부쿠레슈티 정상회의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러시아의 격렬한 반발을 낳은 출발점 같은 사건이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2008년 4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회의한 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 회원국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환영한다. 우리는 오늘 이 나라들이 나토 회원이 될 것이라고 동의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선언문을 채택했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나토의 문은 자유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유럽 다른 나라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며 장밋빛 선언문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프랑스·독일 등은 옛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있었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은 러시아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실제 부쿠레슈티 회담 넉달 뒤인 2008년 8월 러시아는 조지아를 침공했고, 14년 뒤 그 표적은 우크라이나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9년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 계획을 명시하는 헌법 개정안을 발효시킬 만큼 나토 가입에 지속적으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지금껏 회원국이 되기 위한 첫번째 단계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지위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30개 회원국의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아직 나토 내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문을 열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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