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와 우크라이나 중립화 등이 포함된 임시 평화계획안 협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협상팀은 최근 15개항으로 이뤄진 평화안 초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현지시각)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고 외국의 군대 주둔이나 군사기지 배치를 하지 않는 안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철군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저녁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이 좀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 매체에서 “협상이 쉽지 않지만 타협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협상팀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15개항 임시 평화안에 관한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된 보도이다.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처음에는 최후통첩을 했으나 이제는 매우 유연해졌다”며 “그래서 우리는 며칠 안에 휴전협정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협상에선 주로 러시아의 중립화 요구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요구를 놓고 양쪽이 절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협상팀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이 군대를 보유한 중립국 모델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중립적 지위, 비무장화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규모와 관련된 모든 범위의 잇슈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포돌랴크 보좌관은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의 중립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직접 전쟁 중이어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모델은 우크라이나 모델일 수밖에 없고 법적으로 안보가 보장받는 모델일 수밖에 없다”고 달리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나라들로 구성된 명확히 정의된 안보보장 체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은 미국과 영국, 터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담보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과거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한 ‘부다페스트 조약’의 실패 경험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관측했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문제도 양쪽이 접점 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땅이었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으며, 최근엔 친러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의 분리 독립을 인정한 뒤 이들의 보호를 우크라이나 침략의 명분 중 하나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애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철수와 반환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최근 이번 협상과 분리해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양쪽은 지난 14일 4차 평화협상을 시작한 후 사흘째 화상회의 형식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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