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축구 첼시의 구단주인 러시아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 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영국 프로축구 첼시의 구단주이자 대표적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4일 아브라모비치를 포함한 개인 15명의 이름이 들어있는 유럽연합 제재안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럽연합의 각국 대사들이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여 이 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14일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재 명단에 오른 15명 중 4명은 올리가르히이고, 7명은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과 관계가 있는 사업가, 나머지 4명은 러시아의 정보전에 가담한 인물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초안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가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이고, 그가 러시아 정부의 주요 자금줄 중 하나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뿐 아니라 포르투갈, 이스라엘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는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된 뒤 많은 국영 기업들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통해 부를 쌓은 신흥 재벌을 일컫는 표현이다. 아브라모비치는 1990년대 국영 석유회사 시브네프트가 민영화되자 이를 시장 가치보다 싸게 사들인 뒤 2005년 주식 73%를 130억달러(16조1070억원)에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가스프롬에 매각했다. 매각 뒤 시브네프트는 ‘가스포롬 네프트’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국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72억달러(8조9222억원)로 평가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 정부 내에서 자신에 대한 제재 분위기를 감지한 뒤, 지난 2일 첼시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으로 얻은 수익금은 자선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그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협상을 돕기 위해 벨라루스에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 유럽연합과 영국의 제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영국 정부는 앞선 11일 그를 포함한 7명의 올리가르히에 대해 영국 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조처라는 제재 조처를 취했다. 이 때문에 침실 15개짜리 런던 중심부 소재 저택은 물론 첼시 매각에도 큰 제한을 받게 됐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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