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 르노드(오른쪽)가 그의 형제인 크레이그 르노드와 함께 2015년 5월 31일 뉴욕에서 피바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취재 중이던 미국 언론인이 러시아군의 총격에 숨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3일 미국 언론이 브렌트 르노드(50)가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에서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이르핀은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곳이다.
르노드는 차량에 탑승해 이르핀에 설치된 검문소 쪽으로 가다 총격을 받았다. 당시 차량에 동승했던 동료 언론인 후안 아레돈도는 이탈리아 언론에 “우리는 이르핀에서 첫 번째 다리를 건넜고 다른 난민들이 떠나는 것을 필름에 담으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다음 다리로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차에 탔고 우리가 검문소를 지나자 그들이 우리를 향해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르노드는 목을 맞아 숨졌고, 아레돈도는 등을 맞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키이우 경찰 당국은 러시아군이 르노드가 탄 차량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르노드는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아이티 지진, 멕시코 카르텔 폭력, 이집트의 정치변혁, 아프리카와 중동의 극단주의 운동 등 세계 곳곳의 위험한 분쟁지역 등을 누비며 취재해 왔다. 2014년엔 형제인 크레그와 함께 시카고의 위험 청소년 학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피바디상’도 수상했다. 르노드는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취재 중이었다.
르노드의 숨진 몸에서는 <뉴욕 타임스> 기자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르노드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 뒤 ‘르노드가 과거 함께 일했지만 2015년 이후에는 우리 업무를 맡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스카이 뉴스> 취재진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취재하다 총격을 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 특파원과 카메라맨이 다쳐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했다. 또 지난 1일엔 러시아군이 키이우 텔레비전 타워를 폭격해 5명이 숨졌는데, 그중에는 카메라맨 예브헤니 사쿤이 포함됐다. 르노드는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두 번째 언론인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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