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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군, 키이우 포위 나서…참혹한 수도 공방전 ‘코 앞’

등록 2022-03-13 14:49수정 2022-03-13 20:17

우크라이나, “모든 거리 요새화” 결사 항전
남부 도시 마리우폴 심각한 인도적 위기

러시아군 민간인 포함 무차별 공격 이어가
우크라이나 항전 의지 짖밟으련 시도인 듯
아조프해의 해안도시 마리우폴이 며칠째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에 파괴되고 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각) 촬영. 마리우폴/UPI 연합뉴스
아조프해의 해안도시 마리우폴이 며칠째 이어지는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에 파괴되고 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각) 촬영. 마리우폴/UPI 연합뉴스

개전 17일째인 12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주변도시를 차례로 공략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에 대한 총공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 곳곳을 요새화하며 시가전에 대비하는 등 결사항전의 뜻을 꺾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과 <아에프페>(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키이우 주변 도시인 바실키우·이르핀·부차 등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키이우 남쪽 소도시 바실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공군기지가 파괴되고 연료 저장소가 불에 탔다. 수도에서 북서쪽으로 20㎞쯤 떨어진 이르핀에선 시가지에 진입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군이 몰아내는 과정에서 처절한 전투가 이어졌다. 거리 곳곳에서 총격전이 이뤄져 파괴된 차량과 주검들이 널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세르히 프로첸코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모든 게 연기로 가득했다. 우리는 누가 어디에서 총을 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격에 노출된 주민들을 키이우로 실어 나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키이우 북동쪽 20㎞ 지점에 위치한 페레모하에서 피난길에 오른 주민 차량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어린이 1명을 포함한 민간인 7명이 숨졌다. 차량은 다시 페레모하로 되돌아 왔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 도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곧 키이우에 대한 총공세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 주력이 키이우 북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한때 길게 늘어섰던 러시아군이 주변 숲과 마을 등에 분산 배치된 것으로 봐 곧 포위 작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다시 한번 항전 결의를 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 1300명이 숨졌다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방어를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권투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도 “절반인 200만명이 도시를 떠났다. 모든 거리, 모든 집이 요새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 아조프해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의 잇따른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 1500여명이 숨졌다. 러시아군은 며칠째 도시를 포위한 채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43만명의 주민이 도시에서 탈출도 하지 못한 채 식량과 식수, 의약품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마리우폴 주민들이 약이 없어 죽어가고 있으며 마실 물이 없어 난방용 배관에서 물을 빼 사용하고 있다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식량 등을 싣고 마리우폴로 가는 인도적 지원 차량의 통행을 막고 약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은 러시아에서 육로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거쳐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미국의 맥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 영상을 보면, 시내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있으며 아파트·주택 등이 파괴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에이피> 취재기자는 러시아 탱크가 9층짜리 아파트를 포격하고, 러시아군 저격병이 병원 노동자를 조준 사격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에서 192㎞ 떨어진 도시 멜리토폴에선 러시아군이 점령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반 표도로프 시장을 체포해갔다.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즉각 휴전과 대화를 촉구했지만, 러시아는 강경한 입장을 꺾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위해 2억 달러(2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군사물자를 보내는 차량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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