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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의 국민차’ 라다 생산라인도 멈췄다

등록 2022-03-10 17:41수정 2022-03-11 02:34

서구 경제 제재로 부품 수급 차질
소련 시절엔 자체 공급망 가동
국영 회사였지만 지금은 르노가 대주주
부품 20% 이상 외국산 의존
지난달 22일 러시아 서부 이젭스크(Izhevsk)에서 노동자들이 라다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러시아 서부 이젭스크(Izhevsk)에서 노동자들이 라다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냉전 시대 소련 특유의 자급경제의 상징적 존재였던 자동차 브랜드 ‘라다’가 서구의 경제제재 때문에 생산 라인이 멈춰섰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라다를 생산하는 러시아 자동차 회사 아브토바즈(AvtoVAZ)의 공장이 서구 경제제재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로 가동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라다 생산 중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구 경제제재가 얼마나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러시아 기업들이 국외 부품 업체와 거래하기가 어려워졌고,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급락해 수입 부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 여파로 눈 깜짝할 새에 멀쩡하던 공장이 멈춰선 것이다.

냉전 시절에는 국외 부품 조달 문제로 인한 라다 생산 중단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옛 소련 당국은 1966년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와 합작으로 아브토바즈를 설립했고 볼가강 유역에 있는 톨리아티(Togliatti)에 여의도 면적 1.3배 이상인 약 404헥타르 크기 공장을 조성했다. 소련 자체적으로 부품을 조달해 자동차를 생산했다. 일반 시민이 자동차를 사는데 몇 년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아브토바즈가 만드는 자동차는 소련 자급 경제의 상징과 같았다.

라다 자동차는 정비가 용이한 단순한 구조로 유명하다. 1977년부터 생산된 모델 ‘니바’는 1990년대 환경규제가 강화되기 전까지 유럽 등 서구세계로 수출까지 됐다. 신문은 라다가 러시아인에게 제너럴모터스(GM)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브랜드라고 짚었다. 라다는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의 국민차 지위를 놓치지 않아 왔다. 아브토바즈는 지난해 약 35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러시아 시장 내 점유율 2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브토바즈 외에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보이는 러시아 업체는 없다.

그러나, 냉전 해체 후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아브토바즈의 기업 구조도 소련 시절 국영 회사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러시아 정부는 생산성 부족과 부패 등의 문제로 2007년 아브토바즈를 민영화했다. 현재 이 회사의 경영권은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 르노가 갖고 있다. 현재 아브토바즈는 ‘라다 오토 홀딩’이라는 지주회사 산하에 있는데, 르노가 이 주식의 약 67%, 러시아 국영 방위 산업체인 ‘로스텍’이 나머지 32%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르노 경영진은 기업을 인수한 뒤 몇 년 동안 비행기를 전세 내 자사 종업원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러시아로 보내 생산과정을 현대화했다. 경영진이 인수 과정에서 본 아브토바즈 톨리아티 공장 설비는 “192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변화한 라다 자동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전자부품을 포함한 부품 20% 이상이 러시아 밖에서 조달된다. 아우토바즈 전직 임원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옛 소련시절과 달리 “무역이 멈추면 아우토바즈도 멈춘다”며 르노의 도움이 없이 생산을 재개하는 데는 몇달 아니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우토바즈 대변인은 세계적 반도체칩 공급 부족 때문에 최소 11일까지 공장 가동을 쉴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제제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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