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17년 5월 21일 첼시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영국 프로축구단 첼시의 러시아인 구단주가 첼시 구단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인 억만장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일 성명을 내어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첼시 구단을 매각하기로 “믿기 어려울 만큼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또 매각 수익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첼시 관리권을 첼시의 자선재단 신탁관리자에 넘기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나는 항상 구단의 최고 이익을 마음에 두고 결정을 내려왔다”며 “최근 상황에서 구단 매각을 결정한 것도 이것이 구단과 팬, 직원들, 구단의 스폰서와 파트너들에게 최고의 이익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러시아 거부인 자신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상황 때문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는 이를 부인해 왔으며, 영국 정부도 그를 제재 대상에 올려놓진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진행됨에 따라 언제든 영국 정부의 제재 화살이 그를 겨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의 첼시 매각 결정을 재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그가 런던에 보유한 부동산 등 다른 자산도 시중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는 영국 프리미어의 명문 구단으로,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1억4천만 파운드(2255억원)에 인수한 이래 챔피언스 리그를 두 차례 우승하고 프리미어 리그를 다섯 차례 우승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성명에서 “나는 우리 팀에 자선사업 재단 설립을 지시했다”며 “구단 매각으로 얻는 순수익금은 이곳에 기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단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희생자 모두를 위해 활동할 것이며, 여기에는 당장 급한 희생자에 대한 기금 지원뿐 아니라 장기적인 복구 지원 사업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는 그가 첼시 구단에 빌려준 돈 15억 파운드(2조4171억원)에 대해서도 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어떤 대여금에 대해서도 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그것은 내가 사업 차원에서 빌려준 돈이 아니라 축구와 구단을 위한 순수한 열정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억만장자 한스요르크 비스와 미국의 프로야구 엘에이 다저스의 공동구단주 토드 볼리가 첼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는 최근 언론에 “아브라모비치가 제재를 받기 전에 빨리 첼시를 매각하길 원하고 있어서 그에게 구매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가 제안한 첼시 구단의 가치는 30억 파운드(4조8331억원)라고 <아에프페>(AFP)가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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