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이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수감 중인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2일 “전쟁반대에 나서달라”고 호소하는 옥중 메시지를 내보냈다.
나발니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평화의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슬프게도 이제 우리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됐다”며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또 전세계 많은 나라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으로 몰려가서 “분명히 미친 게 틀림없는 우리의 차르가 우크라이나에 퍼붓는 전쟁”에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며칠 사이에 러시아에서는 이미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서 반전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전쟁은 안 된다”라고 외치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폭격에 분노를 표시했다. 시위 참가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러시아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런 시위는 드문 일이다. 러시아 당국은 이미 50여개 도시에서 6천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옥중 메시지는 이런 시위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제 21세기가 되고 30여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사람들이 탱크에 짓밟히고 집이 폭격을 맞는 뉴스를 보고 있다. 또 텔레비전에서 핵전쟁이 시작되려는 실제 위협을 보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한 사람이 잡혀가면 새로운 시위자가 두 명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 틀림없다”고도 적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2020년엔 독살 위기도 넘겼다. 치명적 신경물질 노비초크에 중독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독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독살 시도의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귀국하면 체포하겠다”는 러시아 당국의 경고를 무릅쓰고 귀국한 뒤 러시아에 수감된 상태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팔로워가 270만명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