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예프 근처에 있는 석유저장소가 27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불타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000정과 스팅어미사일 500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을 뒤집은 조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6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침공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들 무기가 “가능한 한 빨리”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스팅어미사일은 적외선 유도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보병이 어깨에 걸고 쏘는 무기이다. 미국의 군수업체 레이시온이 생산했고, 사거리는 4.8㎞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그동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라’는 압력을 받아왔으나,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들어 거부해 왔다. 심지어 해외에 수출한 독일제 무기가 분쟁지역에 유입되는 것도 막아왔다. 지난 1월엔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독일제 대포를 보내려 한 것을 막았다. 이에 대해 아르티스 파브릭스는 라트비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비도덕적이고 위선적”이라며 “독일이 유럽의 동서 사이에 분열선을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었다.
독일의 정책 전환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게 경제 제재를 쏟아내고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그동안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헬멧 5천개를 지원한 게 전부였다.
현재 유럽에선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가 우크라이나에 연료·무기·의약품을 지원하고 있고, 폴란드는 탄약, 체코는 총과 탄약, 슬로바키아는 탄약과 경유 등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 스팅어미사일 200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벨기에도 기관총 2천정과 연료 3800t의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3억5천만달러(4192천억원)의 긴급 지원을 결정했고, 의회에 64억달러(7조6666억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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