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 쉼터로 제공된 루마니아 북동부 시레트에 있는 호텔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국경을 열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UN)은 우크라이나 인구 4400여만명 중 400만명이 난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폴란드 내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인 최소한 11만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고 26일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이는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폴란드 남동부 국경 마을인 메디카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서부 출신 헬레나(49)는 국경을 넘는 데 24시간이 걸렸다며 “지옥이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27일 전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나라이며, 전쟁 발발 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국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쟁 발발 뒤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15만명가량으로 추정하는데 3분의 2 이상이 폴란드로 간 셈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상황이 악화되면 400만명이 난민이 되어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리고 18~60살 남성은 출국을 금지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프랑스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들 수만명 아니 수십만명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26일 말했다. 폴란드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출신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을 건설 중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 다른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나섰다. 유럽에서 가장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지도자로 꼽히는 빅토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시민과 합법적 우크라이나 거주민은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26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로 들어온 우크라이나인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헝가리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이들이 주로 헝가리로 가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남쪽과 국경을 맞댄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1만6000여명과 1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들어갔다고 <라디오 프리 유럽>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지 않은 독일에도 폴란드 등을 경유해 온 우크라이나 난민 일부가 도착했다. 독일 정부는 독일로 온 우크라이나 난민 숫자가 아직 소수이지만 앞으로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