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공항 근처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시설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행했다. 유럽은 2차대전 후 최악의 전쟁 공포에 빠졌고,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등 서구 진영과 러시아의 극한 대립으로 세계 질서에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침공은 24일 아침 6시(현지시각) 직전 푸틴 대통령이 “나는 특별 군사작전을 결정했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텔레비전 특별 연설에서 “작전 목적은 지난 8년간 괴롭힘과 집단 학살을 겪어온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연방 시민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많은 유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협박했다. 이어 “러시아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비롯되는 끝없는 위협 속에서는 안전을 느끼지도, 발전하지도, 살아가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방 친러 공화국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시도하며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침공 근거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집결한 러시아군은 개전 선언 직후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 목표물들에 미사일과 포탄을 쏟아부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를 보면, 키예프에는 군사령부 등을 노린 폭탄 공격이 가해졌고, 제2 도시 하르키프, 폴란드와 인접한 서부 리비프도 공격받았다. 현지 언론은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와 마리우폴에는 러시아군이 상륙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의 친러 병력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지역 공격에 나섰다. 역시 러시아 병력이 포진한 벨라루스 쪽에서도 포격이 가해졌다. 15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동·남·북 3면에서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전투기와 헬기 5대를 격추했다며, 자국이 전면전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무기를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라. 모든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전투 지역을 자유롭게 떠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투항을 종용한 것도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 의도와 계획을 거듭 폭로하며 “가혹한 제재”를 경고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푸틴은 재앙적인 생명 손실과 고통을 부를 계획된 전쟁을 선택했다”며 “러시아는 이 공격이 초래할 죽음과 파괴를 책임져야 한다. 세계는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또 “내일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과 만날 것이며, 미국과 우리 동맹, 파트너들은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중으로 전면 제재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발령하고 항전 의지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반푸틴 연합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전쟁 발발 소식에 석유시장과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201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안전자산인 금값도 뛰었다. 장중에 개전 소식을 접한 아시아 증시는 급락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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