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크레믈/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세운 자칭 독립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한 뒤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방송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이미 오래전에 내렸어야 할 결정, 즉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과 주권을 즉각 인정하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의회가 이 결정을 지지하고 두 공화국과의 우호·상호원조 조약을 비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역사의 중요한 일부이며 동부 우크라이나가 고대 러시아의 영토라며 러시아 국민들이 자신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영 방송은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들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푸틴은 또 도네츠크공화국과 루간스크공화국의 대표들과 함께 세 나라 간 우호·협력·상호원조 협정을 체결했다. 뒤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이들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평화유지군의 진입을 명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21일(현지시각) 도네츠크 중심부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독립을 기뻐하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위치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루한스크)의 친러시아 세력은 독립을 선포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해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가 불거진 뒤에는 우크라이나군과 이들 지역의 친러시아 무장세력간 포격전이 다시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은 푸틴 대통령의 이런 조처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 돈바스 지역에서 미국인의 새로운 투자와 무역,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추가적인 제재 조치도 곧 뒤따를 것이라며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내릴 제재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공동성명을 내어 “유럽연합은 이런 불법적 행위에 대해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도 트위터로 영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갈등을 조장하며 우크라이나 침략을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구가 이런 발 빠른 제재 의사 표명에도 러시아가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당국자들은 러시아 제재의 구체적 방안을 놓고 공공연히 이견을 내비쳐 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