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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 대러 강경 자세, 프·독 독자 대화…유럽 3국 엇박자

등록 2022-02-03 17:46수정 2022-02-04 02:32

영·프·독 ‘우크라 대응’ 온도차

영, 우크라에 무기·거액 지원
존슨 “우크라 침공은 재앙”
미국과 발맞춰 푸틴에 경고

프·독 ‘신중한 접근’ 강조
마크롱 “유럽 따로 러와 대화”
숄츠 무기 말고 헬멧만 제공
러·우크라와 4국 협상 틀 재가동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2주 전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강화하기 위해 대전차(anti-tank) 무기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의 통치 강화와 에너지 자립을 위해 8800만파운드(약 1440억원)를 더 지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운이 감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30여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존슨 총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이는 러시아와 세계에 정치적이고, 인도적이며, 군사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튿날인 2일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 나서 이런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어 존슨 총리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더 침범하는 것은 비극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는 점과 미국과 서구가 유지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열린 문 정책’(나토 가입을 원하는 나라는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강한 ‘대러 견제’ 메시지를 쏟아내는 영국과 달리 유럽의 또 다른 두 핵심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독자 외교’와 ‘평화주의에 근거한 신중한 외교’를 내걸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유럽연합(EU) 의회 연설에서 회원국들에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접근을 지지하기보다 러시아와 “우리 자신의 대화를 수행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인으로 다른 유럽인들이나 나토와 협력을 구축해야만 하고, 러시아와 협상도 제안해야만 한다. 유럽은 자신의 대화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8일과 31일 푸틴 대통령과 연속으로 전화 회담에 나서고, 2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미-러 사이에서 적극 중재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반해 독일은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독일은 두차례 세계 전쟁을 일으켰던 ‘아픈 과거사’ 때문에 국외 분쟁에 파병하거나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독일이 처음 해외 군사행동에 참여한 것은 1999년 코소보 분쟁 때였고, 무기를 제공한 것은 이슬람국가(IS)에 맞서던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처음이었다. 독일은 또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 가운데 절반(49%)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주요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발트해를 통해 독일~러시아 연결) 등을 추진하고 있어 강경한 대러 외교를 전개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말 탄생한 올라프 숄츠(사회민주당)의 ‘신호등 연정’에서 외교장관을 맡고 있는 이는 반전을 주요 가치로 내세우는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 총리실 제공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독일 총리실 제공
이런 한계를 보여주듯 숄츠 총리는 지난달 25일 베를린에서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진행 중인 지금의 매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이 필요하다. 상황을 고조시키지 않기 위한 모든 가능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그쳤다. 그 때문인지 독일은 에스토니아가 보유 중인 옛 동독제 무기인 122㎜ D-30 곡사포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수출관리 규칙을 근거로 들며 승인하지 않았다. 독일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밝힌 품목은 헬멧 5000개에 불과하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미국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교착상태에 독일은 어디 있나’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미·영의 강경 노선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은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이 지역의 무력충돌을 끝낸 2015년 ‘민스크 협정’을 되살려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협정의 네 당사국인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6일 파리에서 만나 협정이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2주 뒤 다시 베를린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는 민스크 협정의 이행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문제와 자신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나토의 동진 금지’(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는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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