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티하놉스키(오른쪽에 서 있는 이)가 14일 쇠창살이 쳐진 피고인석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야권 인사들과 얘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벨라루스 법원이 지난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이틀 만에 체포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43)에게 14일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에이피>(AFP) 통신은 사회 불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티하놉스키의 형량은 지금까지 벨라루스의 야권 인사에게 부과된 것 중 가장 무거우며, 죄목에 비춰서도 최장기 형량이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유튜버로 이름을 날리던 티하놉스키는 지난해 5월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체포됐다. 당시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면서 “바퀴벌레를 막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티하놉스키가 투옥당하자 아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대신 8월 대선에 출마했다. 1994년부터 집권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기가 압승했다고 주장했지만,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연일 진행된 대규모 시위 진압 과정에서 3만5천여명이 체포됐다. 티하놉스카야는 이웃 나라 리투아니아로 도피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야권 유력 인사 미콜라 스타케비치도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다. 스타케비치는 2010년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대선에 출마한 뒤 체포당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야권의 다른 유명 블로거 등 4명에게도 징역 15~16년이 선고됐다. 앞서 9월에는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티하놉스키의 아내 티하놉스카야는 이번 판결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복수라며 “유럽의 중심부에서 독재에 맞서는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선고에 대해 “가혹한 탄압”이라고 반응했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법치주의에 먹칠”을 한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지난해 야권과 시민들에 대한 탄압은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이어졌다. 최근 벨라루스가 중동 출신 이주민들을 폴란드 국경 쪽으로 유도해 혼란을 촉발한 것은 제재에 대한 루카셴코 대통령의 보복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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