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독일 뮌헨의 전통시장인 빅투알렌시장 입구에 마스크 착용을 홍보하는 설치물이 놓여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독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률과 극우 정당 지지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슈피겔> 보도를 보면, 독일 사회통합연구소가 주도한 연구팀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에 대한 선거구민들의 지지율과 코로나 감염률 사이에 “매우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7년 총선 정당 득표율과 지난해 코로나 감염률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독일을 위한 대안’의 득표율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감염률은 평균 2.2%포인트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 선거구에서 10표 중 1표를 얻고 다른 선거구에서는 그 두 배를 획득했다면 두 지역 감염률 차이가 평균 22% 벌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튀링겐주 감염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이 20% 이상 득표율을 올리며 확고한 기반을 다진 곳들이다. 이렇게 감염률과 극우 정당 지지도의 상관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인구 밀도, 인구 구조, 빈곤율, 접경 지역 여부 등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반론도 제기돼왔다. 코로나 1차 유행이 옛 서독 지역에서 시작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48가지 변수를 고려해 선거구별 감염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독일을 위한 대안’에 대한 지지도는 일부 다른 변수들과 함께 거의 일관되게 감염률 상승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선거의 이 당 지지율을 선거구별로 낮음(19.9% 미만), 보통(19.9~24.1%), 높음(24.2% 이상)으로 나눠 분석해 보니, 지지율이 높은 곳의 감염률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 꾸준히 관찰됐다. 연구팀은 다른 정당들과 감염률 상승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예나민주주의·시민사회연구소의 크리스토프 리히터는 “접종 반대자 모두가 ‘독일을 위한 대안’과 친하지는 않지만” 연구 결과와 전반적 상황은 극우 정치와 바이러스 대응 문제의 상관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초기 감염이 옛 서독이나 독일 알프스 지역에서 심각했던 것은 이곳이 여행과 사업으로 외국과의 교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문제는 ‘독일을 위한 대안’의 행태가 감염률 상승을 부추겼는지, 아니면 단순히 이 당이 백신 접종이나 바이러스 통제 강화에 반대하는 여론의 덕을 보는 데 불과한지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자신들이 감염 확산세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 내지 가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이 당의 작센주 의원들이 비접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 “접종 의무화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낸 사실 등에 비추면 극우 정당이 접종 거부 움직임에 능동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극우 또는 우파 정치가 코로나 대응에 미치는 영향은 독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이 집권한 주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이달 초 연방정부가 100인 이상 기업에 접종 또는 매주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자 이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미국 극우 세력은 백신 접종은 인구 감소를 노린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을 퍼뜨리며 반대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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