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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가스 무기화’ 견제…독일, 새 가스관 승인 제동

등록 2021-11-17 14:41수정 2021-11-18 02:36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독일법 따라야”
이미 완공 독~러 파이프라인 허가절차 중단
영국 등 유럽 천연가스 값 즉각 10%대 급등
폴란드, 우크라이나 국경 사태 이어 돌출
‘천연가스 무기화’ 러시아 대응 여부 촉각
2010년 4월 러시아의 발트해 연안 도시 포르토바야에서 열린 노르트스트림2 사업 착공식에서 한 노동자가 파이프라인을 곁에 두고 통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0년 4월 러시아의 발트해 연안 도시 포르토바야에서 열린 노르트스트림2 사업 착공식에서 한 노동자가 파이프라인을 곁에 두고 통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새 통로인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운영 허가 절차를 중단했다.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지만, 폴란드-벨라루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놓고 유럽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은 16일 노르트스트림2의 운영 허가 절차를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100억유로(약 13조3866억원)를 들여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발트해 수중으로 1222㎞의 파이프라인을 놓은 이 사업은 지난 9월 공사가 끝나 천연가스까지 주입된 상태다.

독일 정부는 허가 절차를 멈춘 명분으로 “운영사가 독일 법에 따른 기관이어야 승인해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이 스위스에 차린 운영사를 독일 쪽 운영사로 인정할 수 없으며, 독일과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른 지사를 독일에 설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연합은 천연가스 생산과 운송은 역내 법인이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정부가 “주요 자산과 인적 자원이 (독일에 만들어질) 지사에 파견”됐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절차 중단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이는 순전히 절차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노르트스트림1처럼 연간 550억㎥를 운송하게 될 노르트스트림2는 독일을 중심으로 서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원활하게 할 것으로 기대돼왔다. 독일에서 4개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2개월인 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가동도 장담할 수 없다.

겨울이 다가오지만 천연가스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 나오는 중에 발표된 이번 결정으로 영국의 12월 도입분 천연가스 값은 17.2%, 유럽 기준 가격도 15.2% 상승했다. 유럽시장 천연가스 값은 지난주에도 이미 40% 올랐다. 러시아가 늘린다고는 했지만 지난해보다는 공급량이 부족했던 탓이다.

16일 벨라루스 그로드노에서 폴란드 쪽 검문소에 접근하려던 중동 출신 이주민이 폴란드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6일 벨라루스 그로드노에서 폴란드 쪽 검문소에 접근하려던 중동 출신 이주민이 폴란드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결정은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와중에 나왔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는 독일을 최종 목적지로 삼은 중동 출신 이주민 수천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와 유럽연합은 벨라루스 정부가 이주민들을 꾀어 유럽연합 경계에 혼란을 일으키는 ‘하이브리드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주민 일부는 16일 국경 검문소에서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쏘는 폴란드 경비 병력에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 유럽연합은 전날 이주민 이송과 관련해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러시아는 지난주 폭격기와 공수부대를 보내 연합훈련을 벌이며 벨라루스에 힘을 실어줬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국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증파된 것을 놓고도 긴장이 커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5일 “우리 친구들이 거대한 새 파이프라인으로 더 많은 러시아산 탄화수소를 공급받을지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옹호하고 평화와 안정의 대의를 지지할지 중에 선택할 시간이 곧 다가온다”고 말했다. 바로 이튿날 독일이 노르트스트림2 운영 허가 절차를 중단한 것은 공교롭게 보기 어렵다.

노르트스트림2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는 등 꾸준한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 사업에 부과한 제재를 취소했다.

이번 발표에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서구와의 관계 및 유럽 에너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노르트스트림2 사업과 연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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