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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난민 20만명 발생 남수단 전쟁범죄 ‘공범’…스웨덴 석유재벌 기소

등록 2021-11-12 14:04수정 2021-11-12 14:17

스웨덴 검찰, 에너지기업 회장과 전 CEO 기소
“수단 정부군과 민병대 잔학행위 조장 혐의”
뉘른베르크 이후 기업인 전쟁범죄 책임 첫 기소
룬딘에너지의 이안 룬딘 회장(왼쪽)과 알렉스 슈나이터 전 최고경영자. 출처: 룬딘에너지
룬딘에너지의 이안 룬딘 회장(왼쪽)과 알렉스 슈나이터 전 최고경영자. 출처: 룬딘에너지

석유 이권 유지를 위해 남수단 지역에서 잔학행위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스웨덴 석유 재벌이 기소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스웨덴 검찰이 11일 석유·가스 생산업체 룬딘에너지의 대주주이자 회장인 이안 룬딘과 전 최고경영자 알렉스 슈나이터를 전쟁범죄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검찰은 룬딘에너지가 2003년 수단 사업을 매각해 조성한 14억크로네(약 1895억원)의 추징도 법원에 청구했다. 룬딘에너지 전현직 최고위층에 대한 기소는 2차대전 직후 전범 재판에서 독일의 전쟁범죄에 협조한 기업인들이 처벌받은 이후 첫 사례다.

2010년부터 이 사건을 조사한 스웨덴 검찰은 룬딘에너지가 석유 이권을 유지하려고 수단 정부군과 민병대의 잔학행위를 조장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검찰은 “이런 심각한 범죄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쟁범죄는 스웨덴이 수사와 처벌을 국제적으로 약속한 가장 심각한 범죄”라고 했다. 스웨덴 법무장관은 두 사람의 유죄가 입증되면 최고 종신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룬딘에너지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수천명이 숨지고 20만명이 난민이 된 사태를 조장했다며 처벌을 요구해왔다. 남수단 내전 과정에서 고문과 성폭행 등도 만연했다. 스웨덴 검찰은 룬딘에너지가 자신들의 요청이 평화협정을 깨고 무력을 사용하게 할 것을 알면서도 1999년 남수단의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경비 책임을 수단 정부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 사람이 국제 인권법이 금지하는 방식으로 전쟁이 전개될 것을 예상하고도 이런 요구를 했거나, 적어도 그럴 가능성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룬딘에너지를 고발한 네덜란드 인권단체는 “이런 범죄를 국제 법정에 세우는 것은 극히 어려운데 스웨덴 검찰은 존경스러운 길을 보여줬다”며 “인권침해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물은 드문 노력이자 본보기”라고 했다. 이 단체 대변인은 “정의의 승리이자 역사적 성취”라고 말했다.

현재 스위스에 사는 피고인 둘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룬딘에너지는 두 사람에 대한 기소는 “근거가 없고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누구도 이 사건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는 룬딘 회장이 내년에 이사회에서 사임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수단 내전과 그 과정에서의 잔학 행위는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해 30년 만인 2019년에 민중 봉기로 실각한 수단의 오마르 바시르 정권 때 발생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바시르를 인종청소 등 전쟁범죄 혐의로 수배한 상태다. 남수단은 2011년에 독립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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