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소장 브류하노프 사망

등록 2021-10-28 10:58수정 2021-10-28 11:24

1986년 최악 원전 사고 때 소장
‘안전규정 미준수’ 5년간 복역
“내가 아니라 소련 정부에 책임”
1987년 4월 재판에 출석한 빅토르 브류하노프(왼쪽). 출처: 타스 통신
1987년 4월 재판에 출석한 빅토르 브류하노프(왼쪽). 출처: 타스 통신
1986년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 책임자로 몰렸던 빅토르 브류하노프(86)가 사망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파킨슨병을 앓아온 브류하노프는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생을 마쳤다.

당시 소련 영토였던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브류하노프는 역시 소련 영토였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설계 책임자였으며, 원전 건설 뒤에는 소장으로 일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1986년 4월26일 증기 터빈 안전 실험 중 원자로가 셧다운 수준까지 가동이 멈춘 이후 갑작스레 핵 연쇄 반응이 일어나 폭발과 화재로 이어졌다. 그날 밤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브류하노프는 원자로 4호기가 망가져 연기가 나고 지붕에 화재가 난 모습에 “심장이 멈췄다”고 했다.

사고의 즉각적인 충격으로 원전 직원 30여명이 사망하고 반경 30㎞ 이내 주민 수만명이 대피했다.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지붕을 뚫은 방사능은 전 유럽 상공으로 퍼졌다. 방사능 피폭에 의한 사망자는 유엔의 경우 4천명으로 추산했고, 수만명이 사망했다는 추정도 있다. 체르노빌 사고는 소련의 붕괴를 재촉한 사건으로도 기록됐다.

브류하노프는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련공산당에서 제명당하고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5년을 복역하고 1991년 소련 붕괴 뒤 석방됐으며,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로 복귀했다.

체르노빌 사고 조사위원회는 원전 설계 부실과 미숙련 인력 투입이 참사 원인이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브류하노프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관료주의에 빠진 소련 중앙정부가 잘못된 설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부에서 적합한 방사능 누출 계측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가압수형 원자로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가 소련형 원자로(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 원자로)를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 정부가 “사고의 진짜 원인을 규명하는 것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고” 현장 관리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했다. 대응이 늦었던 것에 대해서도 자기는 모스크바에 보고해 즉각적인 대피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류하노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는 다른 원전에서 발생한 스팀 밸브 누출 사고에 연루됐는데도 체르노빌 원전 소장으로 승진했다. 또 사고 발생 3시간 반 뒤에 우크라이나공화국 정부에 알리면서 ‘원전 지붕에 불이 났지만 곧 진화할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