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슈타트 전경. 뒤편의 산 중턱에 소금 광산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관광지인 할슈타트의 2700년 전 소금 광산 광부들이 맥주와 치즈를 즐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당시 광부들이 남긴 대변에 대한 분석에서, 이들이 맥주와 블루 치즈를 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런 내용은 과학 저널 <현대 생물학> 논문에 실렸다.
연구팀은 대변 성분 분석을 통해 당시 광부들이 발효식품을 먹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제껏 추측했던 것보다 유럽인들이 발효식품을 먹기 시작한 시점이 더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맥주는 그보다 더 일찍 유럽인들이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에 나온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가장 오래된 맥주 섭취 증거를 물적 자료로 확인했다.
할슈타트의 소금 광산에서 발견된 2600년 전 사람의 대변. 콩과 보리 낱알이 그대로 남아 있다. AFP 연합뉴스
연구팀은 청동기시대부터 18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남겨진 대변 4건을 분석해, 2700년 전 대변에서 치즈 제조에 쓰이는 균류를 발견했다. 당시 대변에서 맥주효모균도 검출됐다. 이렇게 오래된 대변이 분해되지 않고 보관된 것은 연중 섭씨 8도 안팎으로 안정된 이곳의 온도와 압착된 소금 덕분이었다. 한 연구 참여자는 “할슈타트 광부들은 현대 식품산업에서 활용하는 미생물을 이용한 식품 발효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는 고대 광부들이 곡물, 과일, 육류 등 고된 육체 활동을 뒷받침하는 영양 성분이 든 식품을 골고루 섭취한 점을 확인했다.
알프스산맥에 있는 할슈타트는 적어도 3천년 전부터 중요한 소금 광산이 있던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 이름 자체가 고대 켈트어로 ‘소금 마을’을 뜻한다. 소금 광산과 함께 수려한 호숫가 경치로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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