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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녹색당 수권정당 변신 중…탈탄소·폐광노동자 함께 고민”

등록 2021-09-27 04:59수정 2021-09-27 08:11

인터뷰: 슈테판 겔프하르 녹색당 의원

1993년 녹색당과, 동독지역 민주화운동 단체인 동맹90이 합치면서 지금의 동맹90·녹색당이 태어났다. 지난해 기후보호와 인간존엄성을 나란히 새로운 강령으로 삼은 녹색당의 뿌리엔 동독의 평화혁명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역사도 있는 것이다. 슈테판 겔프하르(45·녹색당) 의원은 동맹90과 통일 경험을 통해 성장한 세대를 대표하는 의원이다.

―왜 녹색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나?

“통일은 독일인들이 정치적으로 각성되는 경험이었다. 서독 체제가 이식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삶이 어긋났다. 당시 ‘동맹90’은 서독 주도의 급격한 통일도, 억압적 동독 구체제의 유지도 반대하는 ‘제3의 길’을 주장했다. 내가 녹색당에 들어간 이유는 이 길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옛 동독 지역에선 녹색당이 고전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통일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동독 체제가 붕괴하고 서독 중심의 통일이 이뤄지는 격변기에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서독에서 찾고 있었다. 동독 최초의 자유선거를 이끌어내는 데 큰 구실을 했던 ‘동맹90’은 정작 선거에선 참패했고 동독 기민당이 서독과의 통일협상을 진행했다. ‘혁명은 그가 낳은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라는 격언 그대로의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됐다. 변화를 외치는 이가 아니라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는 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 보여준 녹색당의 가능성과 한계는?

“최근 녹색당 로베르트 하베크 공동대표는 폐광된 탄광 노동자들의 입장에 대해 공감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폐광에만 주목했던 전통적 태도와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정말 하고 싶은 모든 의제를 꺼내놓는다면 다시 소수정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2021년의 녹색당은 이처럼 절충적·확장적 면모를 보이기에 수권정당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녹색당의 지지율은 4월 말께 아주 잠깐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미디어와 정치권에서는 기후위기라는 당면한 최대 현안이 아닌 다른 주제를 더 부각한다. 이를테면 이번 선거에선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총리 후보의 표절을 쟁점화하면서 기후위기는 뒷전이 됐다. 논란이 된 문장 몇 개가 아니라 여기에 담긴 생각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모든 당이 기후의제를 외치면서 녹색당이 차별성을 잃는 역설이 있지 않나?

“메르켈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결정은 내렸으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담대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기민련은 현 상태를 그저 이어가려 하고 좌파당은 탄광 폐쇄를 가능한 한 늦추고자 하며 사민당은 오히려 고속도로를 추가 건설해왔다. 다른 당은 목소리는 높이지만 기후문제에 관한 한 행동하지 않는다. 여기에 녹색당의 차별성이자 사명이 있다.”

―한 인터뷰에서 독일과 유럽연합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일이 있다.

“물론 동독과 북한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한반도 분단은 한 세대가 더 넘게 지속 중이고 북핵 문제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독일의 경험을 참고해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유럽연합은 북-미 관계를 중재하고 있는 스웨덴(스웨덴은 중립국으로 아직 수교 관계가 없는 북-미 관계 진전을 돕고 있다. 북-미 간의 가장 마지막 실무회담은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렸다)에서 배워야 한다. 독일은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주북한 독일대사관을 빨리 재개해야 하며, 북한 사람들의 독일 입국도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

베를린/글 이진 독일정치+문화연구소장, 남은주 통신원, 사진 남은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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