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최근 의회를 통과한 새 법안이 "성적 지향에 근거해 사람을 차별한다"면서 대응을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헝가리의 법안은 "수치"라면서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해당 법안이 발효되기 전에 "우리의 법적 우려를 표현하는 서한을 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헝가리에서는 지난 15일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한 법안이 집권당의 주도로 의회를 통과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소아성애 퇴치를 목표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 법안은 명백히 성적 지향에 근거해 사람들을 차별한다"면서 이는 인간의 존엄성, 평등, 인권 존중이라는 "EU의 근본적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이들 원칙에 관해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모든 EU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 집행위의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독일, 프랑스, 스페인,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10여 개 EU 회원국도 공동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수치스럽다"고 반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성명에서 "최근 채택된 헝가리의 법안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18살 이상인 사람들의 성적 지향에 관한 권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그것은 아무런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이날 오후 뮌헨에서 열리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헝가리-독일전을 참관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독일 매체 차이트 온라인이 보도했다.
무지갯빛 조명이 밝혀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축구장 EPA=연합뉴스
뮌헨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연대 표시로 이날 시청에 무지개기를 내걸었고 경기가 열리는 알리안츠 아레나 바로 옆 올림피아탑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인다. 다양한 빛깔을 지닌 무지개는 LGBT의 상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