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1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미국계 기업 사옥 앞에 미-중 양국 국기가 내걸려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대중국 견제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반외국 제재법’을 제정하고 전방위적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의 ‘강 대 강’ 대치 국면 심화와 함께 제3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29차 상무위원회는 전날 오후 폐막에 앞서 서방 국가의 제재에 대한 보복 대응의 근거 법령인 ‘반외국 제재법’을 심의·통과시켰다. 지난 4월 말 전인대 상무위에 초안이 보고된 이후 불과 한달 반여 만에 발 빠르게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다.
중국 당국이 뒤늦게 공개한 법 전문은 16개조 1234자로 비교적 짤막하지만, 내용은 대단히 포괄적이다. 해당 법 제1조는 “헌법에 따라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지키고, 중국 공민과 조직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입법 목적을 밝혔다.
또 제3조는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반대하며, 어떤 국가가 어떤 이유와 방식으로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외국 정부가 중국 공민과 조직에 차별적 제한 조치를 취하거나 내정을 간섭하면, 중국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적었다. 그간 중국 당국의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제재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한 내정 간섭이자, 중국의 핵심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해왔다.
보복 제재 대상은 “(중국을 겨냥한) 제재를 결정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개인 또는 기관”으로 규정했다. 제재 대상자는 물론 그 배우자와 직계 가족, 제재 대상 기관의 책임자와 간부는 물론 관련 단체까지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제재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국무원 유관부문”으로 명시했다.
구체적인 제재 방식으론 △비자(입국 사증) 발급 불허·입국 금지·추방 등 출입국 제한 조처는 물론 △중국 내 자산 동결 △중국 내 개인 또는 단체와 협력활동 제한·금지 등이 거론됐다. 이밖에 “기타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의 제재도 부과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특히 외국의 개인 또는 단체에겐 대중국 제재를 이행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제재 이행을 통해 피해를 입은 중국 공민과 기관은 중국 법원에서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중국의 보복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개인이나 단체의 중국 내 활동은 제한·금지되며,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규정도 따로 마련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이행해도, 중국의 보복 제재를 이행하지 않아도 문제 삼겠다는 뜻이다.
훠정신 정법대 교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이 법은 중국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한 사람들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제재 대상이 해당자의 친척이나 단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억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