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8일 북서부 칭하이성 시닝이 한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시닝/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등 서방국가의 잇단 제재에 맞서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 작업을 공식화했다. 중국과 세계의 ‘불화’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8일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29차 상무위원회가 전날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해 리잔수 위원장 주재로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통신은 “회의에서 션춘야오 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부주임이 보고한 ‘반외국 제재법’ 초안을 비롯한 7개항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 보고가 이뤄졌다”며 “헌법·법률위원회는 이들 7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미 충분히 이뤄졌으므로, 이번 회의(7~10일) 기간에 심의·통과시킬 것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반외국 제재법’ 초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몫 전인대 상무위원인 탐유충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상무위 회의 시작과 동시에 의제에 포함됐지만, 최종 통과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중앙방송>(CCTV)은 전인대 상무위 법제공작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따 “일부 서방 국가가 정치적 이해와 이념적 편견에 따라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등을 명분으로 중국을 음해하고 억지를 일삼고 있다”며 “특히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어기고, 자국 법률에 따라 중국 국가기관과 조직 및 그 구성원을 ‘제재’하는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서구의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맞서 국가주권과 존엄, 핵심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올 들어 이미 여러 차례 상응 조치를 발표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의 대중국 제재에 맞서 중국도 보복 제재의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얘기다.
입법 작업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올해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를 전후해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을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가 ‘반외국 제재법’을 제정해 외국의 차별적 조치에 맞설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지난 3월 열린 제13기 전인대 4차회의에서 비준통과된 <전인대 상무위 공작보고>에 포함된 ‘향후 1년 주요임무’에서도 반외국 제재법 입법 필요성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 법제공작위원회는 국내외 관련 입법 상황 검토 등을 통해 법안의 초안을 작성해 지난 4월 전인대 상무위 위원장 회의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달 28일 열린 상무위 28차 회의에서 이미 심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란 뜻이다.
치카이 정법대 교수는 <환구시보>에 “반외국 제재법 입법은 서방 국가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억지력을 갖추려는 것”이라며 “서방 일부 국가가 자국 법률에 따라 중국을 제재하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반외국 제재법 제정으로 중국의 보복 대응이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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