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만 신타이베이의 한 간이 검사소에서 방역요원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위한 가검물을 채취하고 있다. 신타이베이/AFP 연합뉴스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석이 또다시 무산됐다.
25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화상으로 개막한 제74차 세계보건총회에 13개 대만 수교국이 제출안 ‘대만의 옵서버 자격 총회 참석’ 안건이 상정됐다. 총회 의사진행규칙 제12조는 회원국의 제안을 총괄위원회와 총회에서 논의해 의제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최종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총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책을 결정하고, 사업과 예산을 승인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날 열린 총괄위원회에 이어 총회에서도 마셜군도·나우루 등 대만 우방국들은 “대만은 세계 공중보건의 중요한 동반자이며 세계적 방역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만의 총회 참석은 세계 보건과 인류 복지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과 쿠바·파키스탄 등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의 유엔 회원국 지위를 박탈한 유엔총회 결의 2758호(1971년 10월), 이에 따른 세계보건총회 결의 25.1호(1972년 5월)를 내세워 대만의 총회 참석에 반대했다. 결국 이번 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데첸 왕모 부탄 보건장관이 대만의 총회 참석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이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지난 1972년 이후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대만은 대만-중국 관계가 우호적이던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7차례 ‘차이니스 타이베이’란 이름으로 총회에 옵서버로 참석했다. 하지만 친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의 반발에 밀려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총회를 앞두고는 미국과 체코·리투아니아 등 유럽 각국이 대만의 참석을 지지했고, 사상 처음으로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5차례 연속 참석 무산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표적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온 대만은 이달 들어 갑작스러운 확진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어 “최근 대만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이러스는 국경을 모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며 “세계적 방역 노력에 빈틈이 있어선 안 되며, 세계보건기구가 2350만명 대만인의 건강권을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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