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에 대한 중국 쪽 반응은 두 갈래로 보인다. 중국이 ‘주권의 영역’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지난 미-일 정상회담에 견줘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공동성명 발표 직후 대만·남중국해 언급을 집중 조명하며, 지난달 16일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를 집중 거론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쪽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미·일 공동성명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미·일 동맹의 폐해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중 외교부는 아직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어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국익과 동북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한중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쳐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서도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협박을 받고 독약을 마시는 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왕젠 <중국중앙방송>(CCTV) 시사평론원은 “과거 한국은 중-미 관계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이 문제를 한국이 먼저 공동성명에 넣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평론원은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미사일 협정 폐기,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 쪽에 요청할 것이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만나서도 ‘위안부’와 강제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등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며 “결국 양쪽이 서로 원하는 바를 주고 받은 것”이라고 짚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문재인 대통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며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저우융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신문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상대적 중립성을 포기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쿼드’에 합류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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