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당시 대만 총통 선거를 한달 앞두고 재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의 모습. AP 연합뉴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서 중국에서 즉각적인 무력통일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만 통일 방식으로 제시됐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일국일제’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바다 건너 대만의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집권 민진당을 중심으로 입법원(국회 격)에서 진행 중인 ‘국가 정상화를 위한 개헌’ 논의가 대표적이다. 중국-대만 통일을 의무화한 헌법적 근거를 삭제하겠다는 뜻이다.
대만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여론의 변화 추이와 고스란히 맞닿아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 선거여론조사센터가 1992년 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4%는 자신을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고 규정했다. 통일을 염두에 둔 ‘이중 정체성’이었다. 또 ‘중국인’이란 응답이 25.5%였고, ‘대만인’이란 응답은 17.6%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조사에선 ‘이중 정체성’을 꼽은 응답자가 29.9%에 그쳤다. ‘중국인’이란 응답은 단 2.6%에 그쳤다. 압도적 다수(64.3%)가 자신을 ‘대만인’으로 규정했다.
정체성 변화는 통일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1994년 첫 조사 때 ‘통일을 원한다’(이른 시일 안에 통일 4.4%, 현상 유지 속 통일 추진 15.6%)는 응답은 20%였다. 반면 ‘독립을 원한다’(현상 유지 속 독립 추진 8.0%, 이른 시일 안에 독립 3.1%)는 답변은 11.1%에 그쳤다. 2020년엔 ‘이른 시일 안에 통일’(1.0%)과 ‘현상 유지 속 통일 추진’(6.6%)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반면, ‘현상 유지 속 독립 추진’(25.8%)과 ‘이른 시일 안에 독립 추진’(6.6%)은 큰 폭으로 높아졌다. 통일 선호 여론이 7.6%로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반면, 독립 선호 여론은 32.4%로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다시,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05년 3월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켰다. 법 제8조는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어떤 명분이나 방식으로든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 하거나, 장차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킬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평화통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때에, 국가는 비평화적 방식 및 기타 필요한 조처를 통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결성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립은 곧 전쟁”이란 중국 쪽 주장이 빈말이 아니란 뜻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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