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치 홍콩 <핑궈일보> 1면 모습. 누리집 갈무리
홍콩 시민사회 원로인 지미 라이가 수감된 이후 그가 창간한 <핑궈(빈과)일보>를 겨냥한 친중 진영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날선 비판을 지속해온 터라, 일부에선 “폐간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21일 “홍콩 당국이 관련 법에 따라 <핑궈일보>를 직접 폐간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홍콩 사회와 청년층에 대한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핑궈일보> 청산 절차가 임박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현지 친중매체도 최근 비슷한 주장이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이 발행하는 <대공보>는 지난 16일치에서 `분리주의 선동·조장’을 이유로 <핑궈일보> 폐간을 촉구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상당수 젊은이들이 해당 신문의 선동으로 폭동에 가담했고 사회질서와 법치를 심각하게 유린됐다”며 “<핑궈일보>가 존재하는 한 홍콩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콩 당국 차원의 대응은 크리스 탕 경무처장(경찰청장 격)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일 현지 <티브이비>(TVB) 방송에 출연해 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입법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핑궈일보>의 최근 보도와 관련해 수사 착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탕 처장이 문제 삼은 보도는 <핑궈일보>가 지난 16일치 1면에 실은 사진이다. 사진에는 지하철 전동차 모형 안에서 장난감 소총을 든 초등학생이 동료 학생을 위협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사진은 지난 15일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 맞춰 홍콩 경찰학교에서 행사 때 촬영한 것이다.
신문은 이 사진과 함께 지난 2019년 8월31일 홍콩 지하철 프린스에드워드 역에 정차 중인 전동차 안에서 시민에게 최루액을 쏘는 경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송환법 반대 시위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민들을 전동차 안까지 쫓아가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15일 홍콩 경찰학교에서 열린 ’국가안보 교육의 날’ 기념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전시된 모형 로켓 유탄 발사기를 들어 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이를 두고 탕 처장은 “홍콩 사회를 분열시키고, 증오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사진을 게재한 목적이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의도가 불순하며,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탕 처장은 지난 16일 입법회에 출석해 언론사가 ‘가짜 뉴스’를 통해 홍콩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가짜 뉴스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이며, 증거가 확보되면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설 것”이라며 “가짜 뉴스를 이용해 홍콩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며, 증거가 확보되면 기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사진 자체는 실체적 진실이며, 탕 처장이 문제 삼은 것은 사실 관계가 아닌 편집 방향”이라며 “이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