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외교 회담이 열리고 있다. 중국 쪽에서 양제츠(왼쪽 둘째)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왼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나왔고, 미국 쪽은 토니 블링컨(오른쪽 둘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주 앉았다. 앵커리지/AFP 연합뉴스
지난 18~19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는 공동보도문조차 없이 막을 내렸지만, 중국 쪽에선 “성과가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중 양쪽은 냉랭했던 분위기를 반영하듯 회담 직후 따로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18일 첫 회담 머리발언부터 격하게 맞붙었던 양쪽은 세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가감 없는 의견 충돌을 지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따 “미-중이 회담에서 보인 불협화음의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며 “냉전 초기 미국과 소련의 회담을 연상시켰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미-중이 정면 충돌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외부로 공개한 것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공세적 행보는 동맹과 우방국 등 ‘외부 청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반면 중국 쪽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 쪽에 밀리지 않고 정면으로 들이받는 모양새를 보인 것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 쪽의 강경 대응이 ‘내부 청중’을 염두에 둔 행보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회담을 두고 “미-중 간 공개 맞대결”이니,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관영 <경제일보>는 댜오다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말을 따 “중국은 회담을 통해 미국적 가치가 국제적 가치가 아니며, 미국이 말하는 게 국제적 여론이 아니며, 미국 등 소수 국가가 만든 규칙이 국제사회의 규칙이 아니란 점을 일깨워줬다”고 전했다.
회담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20일치 사설에서 “전략대화의 목적은 상호 이해를 증진해 전략적 오판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이번 회담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전에 미국이 한 언행과 이번 회담에서 보인 태도로 볼 때, 미국은 패권유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중국은 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 “미국도 중국이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주권과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은 미국의 내정간섭을 원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해선 어떤 협상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회담 종료 뒤 내놓은 자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는 중국 내부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중국 발전의 ‘비밀번호’와 같은 것”이라며 “어떤 개인이나 국가도 중국 인민이 더 나은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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