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1일 이른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워 밀어붙인 ‘홍콩특별행정구 선거제도에 관한 전인대 결정’을 찬성 2895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범민주 진영의 정치 참여를 크게 제약할 수 있는 내용의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 등을 통과시키고 11일 폐막했다. 홍콩 선거제도 개편은 국제사회가 강력 반발해온 터라, 다음주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이날 폐막에 앞서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 경제·사회 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14·5 규획)과 ‘2035년 장기 발전 목표 개요’ 등 핵심 안건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이어 이른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워 밀어붙인 ‘홍콩특별행정구 선거제도에 관한 전인대 결정’을 찬성 2895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 선거제도 개편 관련 결정이 통과된 직후 장내에서 가장 긴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인대 결정에 따라 그간 홍콩 행정장관 선출에 국한됐던 선거위원회(선거인단)의 구성과 역할이 달라졌다. 홍콩 기본법 부칙 1조는 △상공·금융권 △전문직군 △복지·노동·종교계 △정치권 등 네 부문에서 각각 300명씩 모두 1200명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전인대는 여기에 ‘전국성 단체 홍콩 대표’ 부문을 추가해 선거인단 수를 1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입법회의 구성과 규모도 달라졌다. 기본법 부칙 2조는 지역구 대표와 직능대표 각각 35명씩 70명으로 입법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전인대는 행정장관 선거인단에 입법회 의원 ‘일부 지명권’을 부여하기로 하고, 지명된 이들을 포함해 입법회 의석을 90석으로 늘리기로 했다.
선거인단·행정장관·입법의원 출마 후보자를 검증하는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도 신설된다. 위원회의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 범민주 진영의 정치 참여가 원천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홍콩 정치권에 대한 직할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이 선거제도 개편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중국의 홍콩 선거제도 개편 움직임을 강력 비판해온 미국·영국·유럽연합(EU) 등은 추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18~19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해 전인대에서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사증 발급 및 무역거래 등과 관련해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해 미-중 갈등이 증폭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리 총리는 폐막 회견에서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정상 간 통화에서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상호존중하고, 내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중-미 관계의 건강한 발전은 양국 인민과 국제사회에 모두 이익이 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 총리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6% 이상’으로 잡은 것과 관련해 “강력한 성장을 원하긴 하지만,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는 낮은 목표치가 아니며, 양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며 “성장률 변동폭이 지나치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장기적인 안정적 성장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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