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7일 화상으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0일 내부 소식통의 말을 따 “미국과 중국이 양국 관계 재설정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 쪽에선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양제츠 정치국원은 그간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 구실을 도맡아 해왔다“며 “양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동시에 회담에 나서는 건 중국이 미-중 관계 재구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쪽에서 양 정치국원과 왕 부장이 회담에 참석한다면, 격을 맞추기 위해 미국 쪽에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상대역으로 나서면서 ’2+2 회담’ 형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 회담 장소는 워싱턴과 베이징의 중간 지점인 미 알래스카주 최대도시 앵커리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개최 시점 등 회담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고위급 회담 추진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월23일 “중국이 지난해 12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미국 방문을 추진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이뤄진 미-중 간 첫 고위급 전화통화에서 블링컨 장관과 양제츠 정치국원은 대만·홍콩·신장·티베트 등의 문제를 두고 날 선 공방만 주고받은 바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 간 통화가 이뤄졌지만, 양국 관계는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중 고위 당국자 간 대면 접촉이 실제 성사된다면, 지난 4년여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따 “회담이 성사되면 미-중 양쪽이 서로의 입장을 파악하고, 양국 관계의 공통분모를 탐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성과가 곧바로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멈춰 섰던 양국 간 의사소통이 고위급 차원에서 다시 시작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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