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국 경제중심지인 상하이의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걷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최대 유치국으로 떠올랐다. 지구촌 경제의 ‘중심축’ 이동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4일 펴낸 최신 <투자동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세계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42%나 급감한 8590억달러(약 946조1885억원)를 기록했다”며 “반면 중국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1630억달러(179조5445억원)를 유치하며 세계 최대 투자 유치국이 됐다”고 밝혔다.
무역개발회의 쪽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방역과 함께 지난해 4월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첨단기업(11%)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늘었다. 특히 정보통신과 제약 등의 분야에서도 인수·합병이 전년 대비 5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개발국의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49% 줄어든 1340억달러(147조6010억원)에 그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016년 사상 최대 규모인 4720억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했던 미국은 이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반면 같은 해 1340억달러를 유치해 미국과 격차가 컸던 중국은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를 늘려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세계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모두 8590억달러로,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1조달러대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유럽과 북미 등 선진개발국의 감소세가 뚜렷해, 전년 대비 69%나 급락한 2290억달러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유럽연합은 71%가 급감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던 영국과 이탈리아는 신규 투자 유치가 전무했다.
라틴아메리카(37%)와 아프리카(18%) 등에서 신규 투자 유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개발도상국도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12% 투자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외국인직접투자의 72%에 해당하는 6160억달러를 유치해, 비율로 따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한 인도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외국인직접투자 통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구 선진국이 장기간 장악해 온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각국 기업이 산업공급망 등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중국 시장을 잃게 되는 것을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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