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인도 뉴델리에서 미국-인도 연례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 나선 양국 장관들이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오른쪽 둘째)이 일행을 회담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인도가 군사지리정보 공유를 위한 ‘기본교류협력협정’(BECA·베카)을 체결했다. 이로써 양국은 2002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이후 18년 만에 군사분야 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4대 협정 체결을 마무리했다.
27일 <더 힌두>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뉴델리에서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연례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어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간 군사분야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체결된 베카는 미국과 인도가 장기간 추진해온 군사분야 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4대 협정’의 마지막 단추였다. 앞서 양국은 2002년 지소미아를 시작으로 ‘군수지원협정’(LEMOA)과 ‘통신 상호 운용성 및 보안협정’(COMCASA)을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체결한 바 있다.
군사지리정보 공유를 위한 베카 체결로 양국군의 상호 운용 능력이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간 미국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고수해온 인도는 전략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해 베카 체결을 망설여왔다. 하지만 국경분쟁으로 유혈사태까지 터지는 등 중국과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진 정세가 인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카 체결에 따라 히말라야산맥 국경지대에서 중국에 견줘 위성정보 부족으로 열세에 몰렸던 인도의 정보능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위성정보를 바탕으로 드론을 비롯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 인도군의 정밀유도무기 운용능력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미국이 조만간 인도 쪽에 정찰과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다목적 무인기 프레더터(MQ-1)를 판매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비공식 전략포럼인 ‘4자 안보대화’(쿼드) 참여는 물론 베카까지 체결하면서, 러시아-파키스탄-중국 축에 맞서 인도가 미국 쪽과 손을 잡겠다는 의도를 좀 더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회담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안보 위협에 대항하고,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가 다음달 주최하는 말라바르 해상합동훈련에는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쿼드 4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한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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