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일 오전 수도 타이베이 중심가 총통부 앞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거세지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화를 통해 대만해협 양안(중국-대만) 관계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11일 <대만중앙통신>(CNA)의 보도를 종합하면, 차이 총통은 전날 건국기념일(쌍십절) 기념사에서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양안 관계 현안은 상호 존중과 선의를 통한 이해를 바탕으로 평화적 공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적대를 해소하고 양안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대등하고 상호 존엄을 인정하는 원칙 아래서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해나갈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의 발언은 미국 고위급 인사의 잇따른 대만 방문 등으로 미국-대만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중국이 군사적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달 중순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은 압박의 강도를 눈에 띄게 높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차이 총통은 “적절한 방위력을 유지하는 것이 대만의 안보와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방어적 군사력 현대화를 지속하고, 대만해협 건너편(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안 관계의 안정을 원하지만, 이는 양안 모두의 책임”이라며 “대만은 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며, 주권과 민주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쪽은 공세를 지속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 판공실 대변인은 차이 총통의 연설에 대한 논평에서 “대결적 사고와 적대의식의 연장”이라며 “상황을 오판하고 대립을 조장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쌍십절 당일 오전에도 중국군 Y-8 대잠초계기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가, 대만 공군의 대응 출격 이후 물러갔다. 대만 국방부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중국은 2일과 5일 빼고 모두 8차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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