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매장 내 식사가 금지된 홍콩의 한 식당가 좌석 주변에 진입 금지를 알리는 테이프가 감겨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9월로 예정된 홍콩 입법회 선거 연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직 입법의원과 야당 대표 등 범민주파 후보 12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에선 지난 2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3명 발생하면서 누적 확진자가 3천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며,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친중파 진영에서 ‘공중보건’과 ‘방역’을 명분으로 오는 9월6일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입법회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홍콩 선거법은 기상 악화나 폭력 사태, 기타 공중의 안전이 위태로운 경우에 행정장관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엔 연기 뒤 14일 안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람 장관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2년 만들어진 ‘비상대권’을 발동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 질병예방통제법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연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연기 기간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는 상태다. 문제는 선거를 연기할 경우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는 9월30일부터 차기 입법회 구성 이전까지 ‘입법기관 부재’란 위헌적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해 선거 연기를 직접 결정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전인대 상무위가 나서면 ‘중앙정부 차원의 결정’이란 점에서 법적 다툼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 29일 “중국 제13기 전인대 21차 상무위원회가 8월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베이징에서 열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선거 연기를 결정하면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시행에 이어 ‘홍콩 내정 개입’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 자칫 미-중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홍콩 선관위는 30일 앨빈 영 공민당 주석 등 야당 현역의원 4명과 청년활동가 조슈아 웡 등 모두 12명의 범민주파 입법의원 출마자의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홍콩에선 공직 출마자에 대해 선관위가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대한 지지와 홍콩에 대한 ‘충성심’ 등을 심사해 후보 자격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들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 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것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슈아 웡 등 범민주파에선 선거 패배를 막으려는 친중파의 정치적 술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후보 자격 박탈 소식을 전하며 “9월 입법회 선거는 정상적인 의미의 선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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