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골이 깊어진 미-중 갈등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과 맞물려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1일 중국 국영기업이 소규모 미국산 대두 수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로이터> 통신은 2일 복수의 미국 쪽 소식통 말을 따 “중국 국영 농산물 수입업체가 10월이나 11월에 선적되는 미국산 대두 약 18만톤에 대한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10~11월은 미국산 대두 수확기로 국제시장에서 거래가격이 가장 낮은 시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중국 당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명령을 내린 이후에 국영기업이 대두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중국 국영기업이 통상 한번에 100만t 이상씩 미국산 대두를 수입해왔다는 점에 비춰, 계약 규모는 소규모”라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전날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중국 당국이 국영 농산물 수입업체에 대두와 돼지고기 등 일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수입 중단 품목에는 미국산 옥수수와 면화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 국영기업은 이미 체결했던 미국산 돼지고기 1만~2만t 수입을 전격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골이 깊어진 미-중 갈등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과 맞물려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치권 훼손을 이유로 홍콩에 부여한 관세 등 각종 특혜를 폐기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중국·홍콩 제재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도 농산물 수입 중단 등 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발표와 관련해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개입이자, 미-중 관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하게 지켜낼 것이며,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미국의 어떤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의 말을 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공세를 이어간다면, 중국으로선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최악의 경우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농업부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총액은 각각 약 10억2800만달러와 6억9100만달러에 이른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미국 시각) 성명을 내어 “중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을 불법적으로 탈취하는데 교육·연구기관을 활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중국 국적 대학원 유학생과 연구원 입국 중단 방침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9일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기업인을 포함한 홍콩인을 미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발언록 전문도 이날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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