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9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일(현지시각)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재차 강조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 방역용품 확보를 위해 상황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미국 국토안보부의 주장이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재차 언급했고, 중국 쪽에선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난타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4일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국토안보부는 지난 1일 내놓은 4쪽 분량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 1월 하순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전까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막대한 양의 방역용품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기간 동안 중국이 수입한 수술용 마스크와 수술복 등은 각각 278%와 72%씩 늘어난 반면, 수술용 장갑(48%)과 수술복(71%), 마스크(48%)와 호흡기(45%) 등의 수출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안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 쪽은 방역용품 수출을 제한했다는 점을 부인했으며, 수출입 통계 발표를 늦추는 방식으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중국 때리기’를 지속했다. 그는 3일 <에이비시>(ABC) 방송 대담에 출연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전파됐다고 믿기는 어렵다”면서도 ”중국은 세계에 감염병을 퍼뜨린 전례가 있고, 수준 이하의 실험실을 운영한 전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실험실에서 모종의 문제가 생겨 바이러스가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미 정보당국이 조사를 지속해 확실히 밝혀내야 할 문제”라며 “코로나19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래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쪽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4일 논평에서 “미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중국 책임론을 펴는 것은 냉전시대의 화석과 같은 주장”이라며 “이른바 중국 은폐론, 중국 연구소 기원설, 세계보건기구의 ‘친중 행보’ 등의 주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 번도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을 폼페이오 장관 스스로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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