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최고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가 돌연 실종됐던 런즈창(69) 전 화위안그룹 회장이 감찰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베이징 시청구 지부는 8일 누리집에 런 전 회장의 상세 이력과 함께 “(국영 부동산 기업인) 화위안그룹 당 부서기 겸 회장을 지낸 런즈창이 당 규율과 법을 심각히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런 전 회장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런 전 회장은 지난 2월23일 코로나19 방역 관련 화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발언을 맹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바 있다. 그는 감찰당국의 방문 예고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달 12일부터 주변과 연락이 끊긴 채 행방이 묘연했다.
당시 그는 ‘바이러스와 체제의 중병이 인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글에서 ‘표현의 자유’가 없어 언론이 비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시 주석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화상회의의 연설을 보니) ‘새 옷’을 입은 임금님은 없고, 벌거벗은 광대가 임금이라고 우기고 있는 모습만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런 전 회장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모두 폐쇄된 상태다.
그는 1993~2014년 국영 부동산기업인 화위안그룹 회장을 지내며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줄기차게 당 지도부를 겨냥해 쓴소리를 내놔 ‘대포’란 별칭이 붙었다. 앞서 그는 2016년 6월에도 언론은 당에 복무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 주석 연설에 대해 “언제부터 인민의 정부가 당의 정부가 됐느냐”고 비판했다가, 당원 자격 박탈의 사전 조치인 ‘관찰 처분’을 1년간 받기도 했다.
혁명 원로인 런취안성 전 상업부(상무부) 부부장의 아들인 런 전 회장은 23살에 공산당에 입당한 이후 주로 국영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그는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역시 ‘혁명 2세대’로 분류되는 왕치산 부주석과 10대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막역한 사이다. 그가 실종된 직후부터 시 주석과 왕 부주석의 사이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감찰당국이 런 전 회장을 조사 중이란 사실을 공개한 것도 그가 구금 도중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관련 소식을 당 중앙이 아닌 베이징의 일개 구 기율검사위 차원에서 발표한 것은 사건의 파장이 커지기를 원치 않는 지도부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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