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얀마 양곤 외곽의 한 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쓴 이들과 쓰지 않은 이들이 뒤섞여 있다. 미얀마에서 전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EPA 연합뉴스
전세계 170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가운데, ‘코로나19 무풍지대’를 자처해 온 미얀마에서도 23일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왔다.
<미얀마 타임스>는 24일 “영국에서 귀국한 미얀마 국적자(26)와 미국에서 입국한 미얀마 출신 미국 영주권자(36) 등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얀마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영국에서 귀국한 환자는 지난 22일 양곤에 도착한 뒤 곧바로 격리돼 확진판정을 받았다”며 “미국 영주권자인 환자는 지난 13일 도착했으며, 1주일 뒤 발열 증세를 보여 격리된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얀마 보건당국은 이들의 밀접접촉자를 철저히 조사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과 북동쪽으로 2227km에 이르는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북서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방글라데시·인도와 남동 쪽으로 국경을 마주한 태국 등도 모두 코로나19 발생국가다.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무역상과 이주 노동자의 이동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이미 미얀마로 유입됐을 것이란 경고가 끊이질 않아 왔다.
그럼에도 미얀마 정부는 그간 이를 극구 부인해왔다. 확진자가 나오기 전날인 22일에도 미얀마 보건당국은 “의심사례 202건을 조사 중이며, 이미 187건이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미얀마 국민의 생활방식과 식습관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라며 “악수·포옹·키스 등 신체 접촉을 하는 인사 예절이 없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점도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쪽 국경지대인 샨주를 비롯해 라킨주와 만달레이 등지에서 최근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다 사망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시설과 인력이 태부족한 미얀마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정부가 제대로 방역조차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미얀마 타임스>는 “보건당국이 첫 확진자 발표를 밤 11시가 넘어 내놨지만, 한밤 중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인파가 슈퍼마켓과 편의점으로 몰렸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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